벌써 저기에서 그녀가 날 왜 어이없이 바라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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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Sweet Home. Daily life


나는 집돌이다.
세상 어디를 가도 집보다 좋은 곳은 없다고 생각하고
출근할때 퇴근해서 집에가면 뭐먹고 뭐하고 놀까를 생각하고
침대에 누워서 천장만 봐도 행복한 남자다.

그런 나에게 있어서 어린시절 가장 고역이었던것은
어머니가 주말마다 가족끼리 어딜 가는걸 좋아한다는 점이었다.

나는 6일간 학교 갔으면 충분한데
(당시에는 토요일은 당연히 학교 가는 날이었죠.....)
나에게 유일하게 허락된 일요일을 빼앗아 가거나
심한경우 토요일 오후에 가서 일요일 저녁에 오는 일정으로..

그러고서는 말씀하셨다

기왕 나온거 기분좋게 가자고

아니 나는 전혀 즐겁지 않은데 무슨수로 기분좋게 가나요.
내가 많은것을 바라는것도 아니고 그저 집에서 쉬고 싶었을 뿐인데.


이 글을 보고 어린시절의 기억이 떠올랐다.

나는 집에 있는게 무엇보다 행복하다
내 인생의 목표란 집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것에 있는데
그것을 게으르다, 라고 폄하하는것은 납득할수 없다.

나가 노는것은 부지런한것이고
집에서 노는것은 게으른 것인가?

그래서 내가 서울을 별로 안 좋아하고, 별로 안 살고 싶은것인지도 모른다.
어차피 나는 집에 있는걸 좋아하는데 굳이 주변에 뭐가 많지 않아도 괜찮고
출퇴근시간이 너무 길어지는것을 원치 않지만 
주로 직장이 자리잡고 있는 도심에 살 능력은 없으니까.

시골로 가면 직장 바로 옆에 집을 잡을수 있는데 말이지.

그리고 나도 저런 아버지가 될것이 거의 분명한데
저런 비난을 받게 될 것도 두렵다.
그래서 내가 결혼욕구가 더 없어지는걸지도 모른다.


여튼.

1차 시험을 마치고 2차 시험이 코앞인 요즘
내 삶의 가장 즐거운 부분은 어디로 이사가서 어떻게 살까 하는 점이다.

하루종일 이직 예상지역의 부동산을 들여다 보며
이 방은 어떻게 쓰고 이 방은 어떻게 쓰고
주변에 산책로는 어떻고 이런걸 보고 있으면 그렇게 행복할수가 없다.
돈도 없으면서...


그래도 이제 진짜 코앞이다.

추운 계절을 좋아해서 가을-겨울-봄-여름 순으로 좋아하는 내가
아마도 거의 처음으로,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것을 기다리고 있다.



닥터콜?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 Monologue


1.

제5조의2(선의의 응급의료에 대한 면책) 생명이 위급한 응급환자에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응급의료 또는 응급처치를 제공하여 발생한
재산상 손해와 사상(死傷)에 대하여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그 행위자는 민사책임과 상해(傷害)에 대한 형사책임을 지지 아니하며 사망에 대한 형사책임은 감면한다.
<개정 2011. 3. 8., 2011. 8. 4.> 2018. 12. 11., 일부개정

1.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자가 한 응급처치
가. 응급의료종사자
나. 「선원법」 제86조에 따른 선박의 응급처치 담당자,
「119구조ㆍ구급에 관한 법률」제10조에 따른 구급대 등 다른 법령에 따라 응급처치 제공의무를 가진 자
2. 응급의료종사자가 업무수행 중이 아닌 때 본인이 받은 면허 또는 자격의 범위에서 한 응급의료
3. 제1호나목에 따른 응급처치 제공의무를 가진 자가 업무수행 중이 아닌 때에 한 응급처치


2018.12.11일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입니다.

이게 무슨 뜻이냐면 선의로 심폐소생 배웠다고 CPR 하다가

환자 죽으면 사망에 대해서 형사책임은 감면, 민사책임은 져야한다는겁니다.


거기다가 응급의료종사자가 업무수행중이 아닐때

- 그러니까 대가를 바라지 않고 완전 선의로 -

하다가 환자가 죽으면 더더욱 X된다는 이야깁니다.


저상황에서 뭘 바라고 하는건 아니겠지만 살아났을때 보상은 없죠. 당연히.

업무시간 외 혹은 병의원 밖에서 한 의료행위에는 보상하지 않는게 원칙이거든요

그런데 책임은 지란 말이 되는거죠.


그것도, 아ㅡ주 하이 리스크의. 심장이 멎은 환자를, 

병원도 아닌 비행기 안에서.

심정지 환자를 다뤄본적이 없는 의사만 있을수도 있는데두요.

(물론 다루지 않는 과 의사라 하더라도 인턴이라도 한 이상 일반인과는 비교도 안됩니다만)



2.


일반인들은 잘 모르지만 저희과는 중환자의학을 세부분과로 가진 과인데

심정지 왔을때 제대로 할줄아는 의료진을 만나면 생존률이 최대 40%까지 됩니다

.

즉슨, 응급의학과, 내과, 외과, 소아청소년과, 신경과, 신경외과, 마취통증의학과 등의 

중환자를 다루는 과 의사를 만나면 생존률을 최대 40%까지 기대 할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놀랍지 않나요? 심장이 멎었는데두요.

물론 모든 조건이 최고였을때 말이고,

그리고 살아나도 후유증이 남을 가능성도 많긴 하죠. 

뇌는 피 공급 몇분만 안받아도 후유증이 남거든요.

비행기나 기차에선 시간이 좀 많이 늦어지고 장비도 없으니 

의사가 중환자나 응급의학 학계의 최고 고수라도 40%나 되진 않겠죠.


그래도 그 상황에서, 생존률이 10%라도 있으면 대단한거 아닐까요.


여튼 다시 말하면 제대로 된 의료진을 만나도 사망률은 최소 60% 이상입니다.

비행기같이 쓸수있는 재료나 도와줄수 있는 사람이 없으면 더 높아지겠죠, 당연히.

그런 상황에서 죽으면 책임을 져야 한다구요? 누가 나설까요,


이러고도 비행기나 기차에서 닥터콜 하면 의사나 간호사가 나오길 바라나요 ㅎㅎ

당연히 저런 상황에서는 무조건 면책이어야 하는거 아닙니까? 

무조건 면책이 아닌 이상 소송해서 무죄 나와도 의사 입장에선 엄청난 손해인데 말이죠.


밑져야 본전이어야 10%건 5%건 가능성이 있으면 나설거 아닙니까.



3.


만약에 면책이라면, 저는 주저없이 닥터콜에 응할겁니다.

제 여행 스케쥴이 망가지고, 제가 한 예약을 놓치더라도

의사로서, 어쩌면 살릴지도 모를 생명에 최선을 다할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하지만 면책이 아니라면, 주저없이 닥터콜에 응하지 않을겁니다.

제가 잘못인가요? 이건 저 법을 만든 국회의원들이

최고 40%의 확률로, 살 수도 있었던 사람을 죽인거죠.




(그나저나 신기하죠? 마취통증의학과 산하에 중환자의학회가 있다니.

옛날에는 병원에 인공호흡기가 수술실에밖에 없었기 때문에 중환자에게 필수적인 인공호흡기를 잘 쓰는데다가

의료 기술이 떨어지던 그시절, 허구헌날 수술방에서 CPR을 하던 마취과 의사들이 중환자를 가장 많이 봐서

중환자 의학회는 마취통증의학과 산하의 학회가 되었다고 하더라구요.)





참 별거 없지만 혹시 몰라서. Daily life



원치않는 수련이었지만 어찌되었건
"혹시 몰라서" 든 보험은 이제 이번주에 마지막 납입을 하면 끝이다.

혹시 몰라서 라는 말은 참 무섭다.
내가 내야 했던 보험금은 내겐 참으로 소중했던 젊음과 시간과 사람인데
이 보험금을 타게 될 지,
아니면 필요할때 이게 과연 역할을 해 줄지 알 수 없다.

그리고 모든 보험이 그렇듯
나는 이 보험을 타게 될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점도 참 아이러니 하다.


시험은 한번 더 남았지만,
그래도 두번째보단 첫번째 시험이 더 양도 많고 어려운지라

어제는 시험을 보고 와서 맥주 한캔에 만화책을 보고 푹 쉬었다.

그리고 오늘은 시험기간에 너무너무 먹고싶었던 
생굴을 사와서 에어프라이기에 통삼겹살 구이를 해서 
새 김치에 굴보쌈을 해먹었고
한시간 뒤에 저녁엔 소면을 탱글탱글하게 삶아서
굴을 넣고 비빔국수를 해 먹을 예정이다

참 즐겁다.
내 마음이라는 건 참 별거 없다.


나에게 행복은 참 간단하고 쉬운 일이었다.
내가 신께 받은 재능중에 가장 감사하는것은
쉽게 행복해지는 재능이었다.

그랬는데 왜 나는 진작 그 재능을 발휘하지 못했을까.

혹시 모르겠지만,
앞으로 안 행복하다고 스스로 느끼게 되는 날이 온다면
지금 이 마음을 기억해내고 싶다.

지금의 이 행복한 기분을.

아무것도 정해진것도 없고
아무것도 달라진것도 없지만

이런 내 마음 하나로
참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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